남극에는 ‘정해진 시간’이 없다
남극, 특히 남극점은 시간을 정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곳입니다. 지구의 시간대는 본래 경도(자오선)를 기준으로 나뉘는데, 남극점에서는 모든 경도선이 단 한 점에 모입니다. 즉 남극점에 서 있으면 동시에 ‘모든 시간대’에 속해 있는 셈이라,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표준시가 존재하지 않습니다. 그래서 남극의 연구기지들은 각자 편한 기준을 정해 시간을 사용합니다.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쓰입니다. 하나는 본국(자국)의 시간을 그대로 따르는 방식이고, 다른 하나는 보급기와 인력이 오가는 경로 국가의 시간을 따르는 방식입니다.
가장 유명한 예가 남극점에 자리한 미국의 아문센-스콧 남극점 기지입니다. 이 기지는 보급기가 출발하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시간(UTC+12, 여름 서머타임 +13)을 사용합니다. 본국인 미국 시간이 아니라 보급 경로 시간을 택한 것은, 통신과 항공편 일정을 맞추는 것이 일상 운영에 훨씬 중요하기 때문입니다. 영국의 핼리 기지는 영국 시간(UTC+0)을, 인근 칠레·아르헨티나 기지들은 남아메리카 시간을 쓰는 식으로 기지마다 기준이 다릅니다.
한국 세종·장보고 기지
한국도 남극에 두 개의 과학기지를 운영합니다. 남극 반도 끝 킹조지섬의 세종과학기지는 가까운 칠레 시간대(UTC-3)를 기준으로, 로스해 인근의 장보고과학기지는 뉴질랜드 시간대를 참고해 운영합니다. 이는 보급선·항공편이 주로 칠레 푼타아레나스나 뉴질랜드를 거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. 위 표는 각 기지가 일반적으로 채택하는 기준 시간대를 IANA 타임존으로 매핑해 현재 시각을 실시간 계산한 것이며, 실제 운영 시간은 시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.
자주 묻는 질문 (FAQ)
Q. 남극점에서 한 걸음만 옮겨도 시간이 바뀌나요?
A. 이론적으로는 남극점 주변을 한 바퀴 돌면 24시간대를 다 지나게 됩니다. 그래서 남극점에서는 경도 기반 시간이 의미가 없고, 기지가 정한 ‘운영 시간’을 따릅니다.
Q. 남극은 24시간 내내 밝거나 어두운데 시간이 의미가 있나요?
A. 남극은 여름엔 백야(해가 안 짐), 겨울엔 극야(해가 안 뜸)라 자연광으로 시간을 알 수 없습니다. 그래서 더더욱 인위적인 표준시와 규칙적인 일과(식사·근무·수면)가 중요합니다.
Q. 남극을 가로지르면 날짜변경선처럼 날짜가 바뀌나요?
A. 기지 간 이동 시 기준 시간대가 다르면 시각을 맞춰야 합니다. 다만 남극에는 공식 날짜변경선이 그어져 있지 않아, 실무적으로는 출발지·목적지 기지의 시간을 기준으로 운영합니다.